‘WATCH OUT’ 사연 게시판

아가야 이리온

작성자 김**

작성일 24-08-29 16:22

조회수 56

  '아가야 이리온'이라는 강령술을 아시나요?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제가 학생이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있던 놀이의 일종이었습니다.

 

  먼저 설명을 위해 적자면, 최소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은 벽에 등을 기대고 몸에 힘을 풀며 눈을 감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간단한 스토리가 담긴 주문을 외워줍니다. 마지막으로 '아가야 이리온' 여섯 글자를 반복하면 벽에 기댄 사람은 팔이 서서히 올라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주 간단한 놀이였어요.

 

 

  비가 올 것처럼 궂은 날씨였던 날이었습니다. 보통의 학생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괴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가야 이리온'을 떠올렸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겠다며 얘기했습니다. 그게 강령술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냥 신기한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저는 당시 자리에 있던 친구들 중 한 명에게 시도했고, 실제로 팔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신기해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 자리로 돌아가서도 이따가 또 하자며 웃기도 했었죠.

 

  수업이 끝나고 교실 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교실 앞을 쳐다보더니 멍한 눈으로 앞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저는 그 친구에게 '너 어디가?'라며 붙잡았고, 그제서야 친구는 정신을 차린 듯 '어? 그러게?' 하며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처음은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이후에도 친구는 계속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 걸어가려고 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러지 싶던 그때 한 명이 친구의 손목을 가리키며 놀랐습니다. 너 손목이 왜 이렇게 빨갛냐고요. 그제서야 친구의 손목을 살펴보니 누군가 세게 쥐었던 것처럼 손목이 붉게 변해있었습니다. 친구는 본인이 더 당황하며 왜 이런 게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친구는 계속해서 이상하게 굴었고, 심지어는 불안하다며 다른 친구가 집으로 데려다주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날, A는 상당히 피곤해 했습니다. 수업 때도 졸거나, 말수가 적어진 듯한 모습이었어요.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냐며 장난식으로 물었을 때 친구는 악몽을 꿨다고 대답했습니다. 온통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자꾸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했다고요. 손목을 잡고 끌고가는 바람에 저항하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어제의 일 때문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 강령술 주문 중에 '당신의 꿈에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말합니다. 아가야 이리온.' 하는 구절이 있거든요. 그날 이후 친구는 다시 멀쩡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에, 친구들끼리 얘기하던 중 그날의 일이 기억나 언급했을 때, 친구는 그 당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기억을 도려낸 것처럼 정확히 그 사건만요. 다른 일은 잘 기억하는 친구가 하필 딱 그 강령술과 그 악몽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만약 그게 단순한 최면술이라면, 친구의 손목에 남겨졌던 붉은 자국은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