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OUT’ 사연 게시판

잊을 수 없는 손길

작성자 H**

작성일 24-08-23 23:19

조회수 63

그날은 날씨가 좋은 오후였다. 햇살이 방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들며 나른함을 더해주었다. 평소보다 몸이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졌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큰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펴고, 베개를 고쳐 누웠다. 눈을 감는 순간, 피곤함에 빠르게 잠에 들었다.

그러나 깊은 잠에 빠져들 무렵,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곧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몸을 움직이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내 몸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온몸에 힘을 주어 난동을 부리듯 버둥거렸지만, 모든 노력은 헛된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명확히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실에 있는 가족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제발 날 좀 깨워줘...' 온몸에 힘을 주며 외치고 싶었지만, 입술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어느새 문턱을 넘은 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누군가 내 팔을 부드럽게 만졌다. 동시에 들려오는 여성의 웃음소리. 고요한 방 안에 울리는 그 웃음소리는 섬뜩할 만큼 차가웠다.

순간, 머릿속에 의심이 피어올랐다. '내 가족이 맞나?' 불길한 예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 웃음소리는 내 주변을 돌며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점점 더 깊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고, 그 존재는 나를 둘러싼 채로 계속해서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공포는 현실이 되어 나를 감싸고 있었다.그러고 나는 갑자기 눈이 떠졌다.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헐떡이며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아, 모든 게 끝났구나…"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도했다. 꿈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불길한 느낌을 떨치려 애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목이 말라 주방으로 향했다.

거실에는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평온하게 TV를 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혹시 방에 들어온 사람 있어?"

가족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아니, 우리 계속 드라마 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은 다시 굳어버렸다. '그럼… 내 방에 들어와서 나를 만지던 사람은 누구였지? 방 안에서 들리던 그 여성의 웃음소리는?'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었던 그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공기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주방에 서서 얼어붙은 채로, 방금 전까지 느꼈던 그 차가운 손길과 웃음소리를 떠올렸다. 꿈이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 아니, 무언가 내 방에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는 사실을. 그날 나를 만졌던 그 손길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